눈을 뜨니 밖은 어두움이 깔려 있는데 첫눈이 조금 내렸다.
제법 찬 기운의 한기가 몸을 감싸는 참 겨울의 맛을 느끼며 하루를 연다.
눈은 쌓이지 못하고 따스한 온기에 녹아 내린다.
갑자기 걷기를 하자고 속내를 드러낸다.
말도 없이 베낭에 사과 두개 넣고 솔뫼로 향한다.
시간을 보니 정오 시간이 다가서기에 합덕성당으로 방향 틀어 신리까지로 일정을 잡는다.
간단히 몸을 풀고 베낭 커버 씌우고 순례길을 걷는다.
오늘 이 순례길에서는 무엇이 순례자를 기다릴까?
몸도 추웠지만 오랫만에 걷는 길이 마음 밑바닥에서 올라온 지나온 삶의 부끄러움과
현재의 아픈 관계들이 가슴을 시리게 하기도 한다.
얼마전만 해도 무릎에 통증이 있어 불편했었는데 걷기에 별 무리가 없다.
그래서 늘 곁이 충분해서 소홀했던 것들에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행복의 뿌리는 고통에서 오는 것일까? ㅋㅋㅋ
오래 걷다 보면 주변환경의 풍광을 넘어 심연의 자아로 빠지게 된다.
자아로 가는 길은 오랜 고독의 길에서만 가능하다.
수많은 에고의 벽을 뚫고 참 자아를 만나는 순간 빛이 될 것이다.
신리성지에서 잠시 묵상기도와 조촐한 성탄 구유츄리 폰에 담는데 수녀님이 아직 예수님이 오시지 않았다고 하신다.
네~~ 제가 신리까지 예수님 마중 나왔는데요 라고 하려다, 아~~네 답 드리고 다시 합덕성당을 향해 걷는다.
바람이 제법 차갑게 얼굴을 스친다.
오늘은 몸을 풀겸 해서 걷는 순례길이라 합덕 성당에서 종료하고 형제님과 카톡하고
따스한 차안에서 사과 먹으며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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