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기도가 농익는 무덤 성토요일 – 침묵으로 기도가 농익는 무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에 정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님을 그곳에 모시고 나서, 무덤 입구에 큰 돌을 굴려 막아 놓고 갔다.”(마태 27,60; 요한 19,41.42). 누구나 낙원에서 죽음을 들었고 무덤에서 마친다. 묘원에는 밤낮없이 침묵이 흐른다. 무덤들은 남 욕하고 제 자랑하던 입을 다물고 기도를 배운다. 침묵으로 기도가 농익은 무덤에서 부활이 일어날 것이다.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21.04.04
채찍의 침묵 성주간 화요일 – 채찍의 침묵 “먼 곳에 사는 민족들아, (주님의 침묵에) 귀를 기울여라.”(이사 49,1). 예수님의 몸에 두 개의 채찍이 번갈아 떨어졌다. 가죽끈에 철편을 달아 만든 여덟 자 채찍이 예수님의 후려쳐 두 번 감으면 세 치 혀가 비웃고 깔깔댔다. 여덟 자 채찍이 눈을 갈기면 불이 번쩍번쩍 튀며 팅팅 눈이 부어오르고 목을 오여 감아치면 숨이 콱콱 막히고 등을 내리갈기면 고꾸라지고 허리를 쳐서 끌어당기면 뱅글뱅글 돌고 오금을 후려치면 고목처럼 쓰러졌다. 세 치 채찍이 빈정대며 위로했다. “힘을 내라, 힘을. 너는 잘 할 수 있어. 너는 하느님의 아들이잖아!” 다음 기회를 노리며 떠난 악마도 속삭였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못하듯이, 너는 매 맞아 죽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은 채찍에 맞아 ..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21.03.30
아내가 어질면 형제가 화목하다 슬기로움이 어짊만 못하고, 어짊이 거룩함만 못하다. 슬기롭지도 어질지도 거룩하지도 못하면 불효(不孝), 불목(不睦), 불경(不敬)해진다. ‘아내가 어질어야 형제가 화목’(兄弟和合賢妻之德)하거늘 카인과 아벨에게 명처(明妻)도 현처(賢妻)도 경처(敬妻)도 없으니 부모에게 ─ 참 천주께 근심이 되는구나! ‘악처가 효자나 빈방보다 낫다’ 하니 처를 집에서는 남좌여우(男左女右)하고, 무덤서는 남우여좌(男右女左)함을 홍복(洪福)이 아니거든 묘복(眇福)으로라도 여기고 황혼에 감읍(感泣)할지어다.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21.02.16
길 중의 길 길 중의 길은 믿음의 길이다. 버리고 버리다가 목숨까지 버려야 하는 길이다. 그렇게 버리고 망해버린 순교자들을 나는 욱신욱신 전하고 있다. 그렇게 망해도 갈 길이 있는 분들! 그 길 끝에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분이 기다리신다.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21.02.06
거룩함 하느님께서 하느님과 비슷하게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만드셨다(창세 1,26.27). 그래서 사람은 악한 것도 더러운 것도 거짓스러운 것도 참지 못한다. 그것을 수족으로 부린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거룩한 사람에게는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향로와 기도를 올리는 영혼의 제단이 있다. 그 제단에서 그는 세상 것을 하느님의 것으로, 자기 자신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그는 한 점도 남김 없는 제물이 되어 거룩하신 하느님께 봉헌하고 죽기를 바란다.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21.02.05
청빈 복음적 청빈은, 먹고 자고 입을 것 없는 가난이다. 성품이 깨끗하고 욕심이 없는 가난이다. 하느님밖에 내세울 게 없는 가난이다. 지금 우리는, 청빈으로 의로움을 수련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몸도 마음도 영혼도 젓가락으로 조밥을 떠먹이고 있다. 코로나 밥상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21.02.04
주님 세례 축일 주님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제자 주님, 기억이 안 납니다. 제 어미가 저를 낳던 날 어미와 제가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렇듯이 제가 ..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20.01.11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루카 9,23). 순례는 길을 가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맨 앞장서서 길을 가신다. 예수님의 발자국을 밟고 순교자들이 그 뒤를 따른다. 그리고 세속에서 갈팡질팡하던 이들이 순교자들의 발자국을 밟고 그 뒤를 따른다. 그것이 하느님께로 가..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19.09.19
행복 묵주 한 알에 하늘 한 번 바라본다. 날마다 그렇게 굴리고 바라보면 내 얼굴이 하늘에 닿겠지. 이렇게 행복할 수가! 묵주 한 알 한 알 냇물에 던져 징검다리 놓는다. 저만치 멀던 건너편이 이만치 가까워진다. 이렇게 행복할 수가! 묵주 끈에 한 알 한 알 이어 두레박을 내린다. 시커먼 우물 ..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19.08.28
백대지과객의 기억과 깨달음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요한 14,26). 호수는 드높은 하늘과 떠가는 구름을 비추지 못한다. 그러면 호수 바닥은 낚시꾼들의 길이 된다. 사람도 묵을 수록 기억력과 깨달음이 발바닥만 해진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묵상 2019.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