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화요일 – 채찍의 침묵
“먼 곳에 사는 민족들아, (주님의 침묵에) 귀를 기울여라.”(이사 49,1).
예수님의 몸에 두 개의 채찍이 번갈아 떨어졌다.
가죽끈에 철편을 달아 만든 여덟 자 채찍이 예수님의 후려쳐 두 번 감으면
세 치 혀가 비웃고 깔깔댔다.
여덟 자 채찍이
눈을 갈기면 불이 번쩍번쩍 튀며 팅팅 눈이 부어오르고
목을 오여 감아치면 숨이 콱콱 막히고
등을 내리갈기면 고꾸라지고
허리를 쳐서 끌어당기면 뱅글뱅글 돌고
오금을 후려치면 고목처럼 쓰러졌다.
세 치 채찍이
빈정대며 위로했다.
“힘을 내라, 힘을. 너는 잘 할 수 있어. 너는 하느님의 아들이잖아!”
다음 기회를 노리며 떠난 악마도 속삭였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못하듯이, 너는 매 맞아 죽지 않을 것이다.”
예수님은 채찍에 맞아 찢기며 몸과 마음에서 피가 흘렀다.
피를 보며 분노나 원망이 일지 않았다.
아버지께 되돌려 드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루카 23,46).
아버지께서 아들이 드리는 아픔과 피를 참고 받으셨다.
아버지는 침묵하셨다.
너무 가슴 아파 입을 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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