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묵상

주님 세례 축일

한진포구 2020. 1. 11. 23:39

주님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제자

주님, 기억이 안 납니다.

제 어미가 저를 낳던 날 어미와 제가 겪었을 두려움과 고통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렇듯이 제가 지음을 받던 날 보여주신 주님의 모습과 음성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제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가유가무(可有可無) 해지니 주님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갓 태어나 눈도 못 뜬 새끼가 어미 냄새를 맡으며 젖을 찾듯이 너무 오래된 주님의 기억을 찾고자 합니다.

너덜너덜해진 지도를 쥐고 고독이 가리키는 대로 주님 현존에 이르고자 합니다.

비오니, 그때 주님께서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집짐승을 기억하셨듯이,

고침한등(孤枕寒燈) 밝히는 저를 기억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께서 땅 위에 바람을 일으키시어 물이 내려갔듯이,

주님께 대한 저의 망각이 심연으로 빠져들게 하소서(창세 8,1-3).

 

 

침묵

제자, 나를 들으려면 귀를 막는 무언이 아니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 나의 묵언배우거.

주님, 감실 안에 계신 성체는 제게 침묵과 고요와 평화를 가르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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