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묵상

외로움은 주님의 품

한진포구 2019. 5. 22. 23:49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 15,9).

 

 

해질녘 산책길을 내려오며 길 위에서 삐쩍 말아가지고 길게 누어있는 내 그림자를 보았다.

밤새 그 그림자가 검은 옷을 입고 나를 따라다니는 꿈을 꾸었다.

무섭지도 징그럽지도 싫지도 않았다.

아침 산책길 위에 내 그림자는 난쟁이가 되어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날 쫓아다니며 물어댔다.

나이로 늙습니까?”

하늘을 바라보는 내게 또 물었다.

병으로 늙습니까?”

산을 바라보는 내게 또 물었다.

외로움으로 늙습니까?”

땅을 바라보다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신통하게 여기며 성당 곁을 산책하였다.

그리고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늙는 것은 외로워지는 것이야.”

늙은이의 외로움은 주님께서 찾으시는 목소리야.”

나를 안아주실 품이 마련되었다는 주님의 초대 말씀이지.”

주님 빼놓고 누가 늙은이를 반기겠어, 강아지도 늙은이를 무시하던데!

주님께서 성당 창문 너머로 말씀하시잖아!”

 

너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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