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묵상

사순 제 5주간 금 (좌도와 우도 사이에서)

한진포구 2019. 4. 12. 01:03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예수님께 던지려고 하였다.

······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었다.”(요한 10,31.42).

 

 

한자리에서 이러하듯이

골고타 십자가상에서도 예수님은 좌도와 우도 사이에 끼어 계셨다.

왼편에는 불신로 가는 운명이, 오른편에는 신앙으로 가는 운명이 달려 있었다.


어찌 골고타 좌우만 그러셨겠나!

그래서 주님께서는 십자가 아래에서 턱 짓을 하는 자들이나, 멀리서 손가락질을 하는 자들이나, 관저나 저택이나 술집에 앉아 항담시평(巷談時評)을 늘어놓는 자들이나, ··· 전후좌우상하 양방사방팔방 만 개의 눈과 귀, 만의 반 개의 입을 가진 자들을 위해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라고 기도하셨다.

좌우편의 죄인들 사이에서 올려지는 예수님의 기도를 아버지, 자기들이 어느 편에 서 있지, 어느 편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 내 죄이고, 그 죄를 풀고 당신 우편에 나를 두고자 하심이니,

빌지어다!

 

 

예수의 고난을 공경함

 

예수 오리와 동산에서 기도하실새,

우리 죄를 아파 한()하심으로 마음 괴로움이 지극하여,

영혼이 죽기에 이르도록 근심하고 민망하사,

거룩한 마음이 부서지는듯 피땀이 땅에 흐르신지라.

나도 예수와 한가지로 마음 괴로움을 받고,

예수 죄를 한하신 마음으로써,

내 죄와 만민의 모든 죄를 한할지로다.

 

예수 성부의 명을 들어 좇아 일어나 앞을 향하여 바로 가사,

감심(感心:마음 깊이 느낌)으로 자기를 원수 사람에게 부치(붙이)신지라,

이제 우리 마음을 정하여 천주의 명하신 바를 들어,

조금도 뒤에로 물러나지 아니코,

정원(情願:진정으로 바람)으로 괴로움을 받을지어다.

 

유다스 예수를 삼십 은전으로 팔고,

예배함으로 그 원수 사람에게 붙이매,

종도는 도망하여 흩어지고,

악당이 예수를 동혀()매어 여러 아문으로 보내난지라.

구하나니 예수는 우리 죄악을 사하시고,

모고해 모령성체함을 두려워하게 하소서.

이런 죄는 곧 예수를 마귀에게 붙임과 일양(一樣)이니,

나 이제 마음을 정하여 정원으로 죽을지언정,

감히 죄를 범치 못하고(않고) 감히 예수를 떠나지 않으리이다.

 

예수 악당에게 침 뱉음과 망증(妄證)함을 받으시고,

수건으로 눈을 가리움을 받으시고,

만반(萬般) 능욕을 받으시되,

순량(順良)한 고양(羔羊) 같이 한 말씀도 내지 않으신지라.

우리 마땅히 예수의 인내하심을 본받아,

감심으로 괴로움을 받으며,

분노하지 말며,

원망을 갚지 말며,

쓸데없는 말과 좋지않은 말을 발()하지 말지로다.

 

예수 편태(鞭笞)와 자관(刺冠)의 고욕을 받으시니,

이는 우리 육신의 쾌락을 보속하며,

천주의 의노 끄()치게 하시기를 위함이라.

우리도 예수를 본받아,

천주 공의(公義)를 보속하기 위하여

정원으로 괴로운 편태를 받으며,

정원으로 각()가지 형벌을 받고,

예수와 한가지로 세상에서 자관을 쓰다가,

예수와 한가지로 하늘에서 화관(花冠) 쓰기를 바랄지로다.

 

비라도 남의 뜻 맞후()기를 위하여,

도적 바랍바를 놓고 예수를 죽일 죄인으로 정한지라,

우리가 죄를 범하는 것이,

세속과 재물과 더러운 쾌락을 사랑함을,

천주 사랑함에서 더 중하게 함이요,

미소한 사물은 천주 우()에 두고,

만물을 만드신 지존하신 천주는 아래로 둠이니,

이는 바랍바를 놓고 예수를 죽임과 일양이로다.

 

예수 십자가를 지시고,

십자가 우()에는 우리의 죄악을 지고,

갈와리아산에 이르시니,

이는 우리를 권하여 자기의 십자가를 지라 하심이니,

곧 각()가지 환난과 괴로움이라,

우리로 하여금 등()히 예수를 따라 천당길로 행하게 하심이로다.

 

예수 오시(午時:11~13)에 십자가에 못박히사 공중에 달리시니,

이는 하늘과 땅이 화합하고,

천주와 사람이 화목하게 하심이요,

강도 중에서 한때반(잠간 동안)에 만고(萬苦)를 극진히 받으시고,

성혈을 다 흘리심은 우리 영혼 구하기 위하심이라.

청컨대 예수는 우리를 네 십자가에 못박아,

한가지로 모든 괴로움을 받게 하소서.

오주 나를 사랑하셨으니 나는 사랑으로 사랑을 갚고,

죽음으로 죽음을 갚으려하나이다.

또 구하나니 예수는 십자가의 강용(强勇)함으로써,

만민을 이끄러(이끌어) 우리 주 예수께로 향하게 하소서.

 

예수 입으로 초담을 맛보시고,

우도의 죄를 사하시고,

당신 모친으로써 우리의 자모 되게 하시고,

또 가라사대, ()여 내 영혼을 네 손에 붙이나이다 하시고,

() 머리를 드리우시고 죽으시도다.

나는 내 영혼을 네 손에 부()이나이다.

 

예수 죽으시매 그 영혼이 고성소(古聖所)에 내리시고,

병졸이 창으로 그 늑방을 찔러 피와 물이 흐르시고,

문제(門弟)들이 그 육신을 새 석총(石塚)에 장사한지라.

구하나니 예수 성혈은 우리 영혼의 더러움을 씻으시고,

우리로 천주의 자식이 되게 하시고,

네 공로를 우리에게 나눠주사,

세상에서는 은총을 받고 하늘에서는 영복을 얻게 하소서.

 

 

예수 고상 앞에서 외우는 경

 

지극히 자애로우시고 선하신 그리스도 예수여,

나 이제 너 지극히 어지신 주께 달아 드리나이다.

그러나 네 몸의 이 같은 상처를 보고 네 가시관을 우러러보오매

참아(차마) 부끄럽고 무안함을 이기지 못하나니,

대개 너 이렇듯 혹독한 형벌을 받으심이 나로 인함이라.

과연 너를 이렇듯이 아프시게 한 자 나요,

네 거룩하신 머리에 가시관을 박은 자 나요,

너를 이 십자가 우()에 이렇게 몹시 못 박은 자 또한 나로소이다.

 

크다 네 사랑이여,

어떠한 애정이며 어떠한 인자신고.

내가 죄를 지었거늘 너는 괴로움을 받으사 그 벌을 당하시고,

내가 네 원수 되었으되,

너는 십자가로 나를 네 아들을 삼으시도다.

이렇듯 크신 은혜를 어떻게 갚사오리까.

인자를 이렇듯이 베푸시고,

나를 위하여 고난을 이렇듯이 받아 계시니,

바라건데 온전히 네 사랑의 불로 나를 뜨겁게 하소서.

그제야 능히 너에게 보답하고,

너 우리 진주(眞主)를 위하여 정원(情願)으로 내 생명까지 아끼지 아니(않으)리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