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묵상

눈먼 새의 애가

한진포구 2018. 5. 31. 00:45

눈먼 새의 애가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마르 10,47.48.51).

 

 

눈이 멀면 한이 깊어져 귀가 경건해진다.[1]

여간내기가 듣지 못하는 심오한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그의 가슴속에는 서라운드 스피커와 스크린이 장착되어 있어 소리나 이미지의 언저리를 듣는다.[2]

하늘을 날던 새가 눈이 멀면 애가(哀歌)를 부르며 볼 수 없는 하늘의 언저리까지 듣는다.

 

[1] 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림은 소리는 들을 줄을 알지만 낼 줄 모르는 스승이다.

자신의 한계를 수양딸 송화를 통해 넘어서고자 딸에게 약을 먹여 눈이 멀도록 한다.

눈이 먼 송화가 그 한을 극복하여 득음토록 할 요량이었다.

땅에서 하늘에까지 이르는 한이 맺혀 울부짖는 소리를 성서는 구원이 절실한 상황으로 증언한다.

아벨의 피(창세 4,10), 파라로 학정 아래에서의 히브리인들의 애곡(탈출 3,9), ···

특히 하느님 백성의 절규에 대해 참절하게 증언하는 예레미야 예언서 등.

 

[2] ‘소리나 이미지의 언저리는 탈중심적 사고, 나아가 탈자아적 사고를 가리킨다.

그것은 호수의 물동라미가 물파장을 그리다가 마침내 수변으로 사라져 호수와 하늘이 하나가 되듯 해체와 초월을 의미한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