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묵상

붓과새

한진포구 2018. 5. 24. 10:15

붓과 새

 

모두 불 소금에 절여질 것이다.”(마르 9,49).

 

사대부들은 필공에게 삯도 안 주고 터무니없이 붓을 만들게 해 그들은 목을 매거나 손가락을 자르거나 목을 찌르기도 했다.

꼬리가 자려 죽는 족제비들도 덩달아 늘어 밤마다 새집으로 기어들어 새 모가지를 잘라댔다.[1]

날이 밝으면 까마귀와 까치는 죽은 새들을 먹느라 아귀다툼을 했다. 불 소금에 절여질 ....

오늘도 철없는 새들은 밤도 잊은 채 맑고 드높은 하늘을 날며 마냥 볼을 부빈다.

 

[1] “경상도에 붓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다. 몇 해 전 두세 자루를 얻어 썼는데,

국내에서 으뜸일 뿐만 아니라 천하제일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추사 김정희가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

조선시대 으뜸으로 친 붓은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이다.

영위정 권돈인은 성 김대건 신부님의 참형을 임금에게 주청하였다.

 

헌종실록(13, 헌종 12715/1845817일 주일) : 임금이 말하기를, “김대건(金大建)의 일은 어떻게 처치할 것인가?” 하자,

권돈인이 말하기를, “김대건의 일은 한 시각이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사교(邪敎)에 의탁하여 인심을 속여 현혹하였으니,

한 짓을 밝혀 보면 오로지 의혹하여 현혹시키고 선동하여 어지럽히려는 계책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술뿐만 아니라 그는 본래 조선인으로서 본국을 배반하여 다른 나라 지경을 범하였고,

스스로 사학(邪學)을 칭하였으며, 그가 말한 것은 마치 공동(恐動)하는 것이 있는 듯하니,

생각하면 모르는 사이에 뼈가 오싹하고 쓸개가 흔들립니다.

이를 안법(按法)하여 주벌(誅罰)하지 않으면 구실을 찾는 단서가 되기에 알맞고, 또 약함을 보이는 것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였다.

 

헌종실록(13, 헌종 12725/1845827일 수요일) : 임금이 희정당(熙政堂)에 나아가 대신과 비국 당상을 인견하였다.

사학 죄인(邪學罪人) 김대건(金大建)을 효수(梟首)하라고 명하였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