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말씀/오늘의 복음 말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한진포구 2018. 1. 22. 22:40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마르코 3,31-35)
31 그때에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왔다. 그들은 밖에 서서 사람을 보내어 예수님을 불렀다.
32 그분 둘레에는 군중이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예수님께“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하고 말하였다.
3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하고 반문하셨다.
34 그리고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35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2018. 01. 23 (화)

출처 매일미사




낙원에서 원조는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심했던가?

뱀을 믿고 하느님을 의심했다(창세 3,6).

사람과 하느님 사이에는 간교함을 상징하는 뱀이 존재했다.

그리고 뱀은 인간 내면의 취약성을 꿰뚫고 있었다.

보기 좋고 맛있는 것은 먹고 싶고 갖고 싶어 한다는 것 알고 있었다.

사탄, 곧 늙은 뱀은 지능과 경험을 축적하여 그 간교함을 다양하게 구사한다.

 

원죄는 나를 의심하지 않는 죄.

사람은 배우지 않고도 자신은 의심하지 않으면서 남을 의심할 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날마다 하는 말과 생각이란 대부분 너는 틀리고 나는 맞다가 된다.

뱀이 권하는 지선악수열매를 먹기 위해 원조가 열매에 이빨을 박았을 때 뱀의 독은 사람의 가슴과 머릿속으로 타고들어갔다.

이때부터 사람은 제 자신이 아니라 너를 의심하는 심보와 두뇌를 갖게 되었다.

날마다 메아 꿀빠, 메아 꿀빠, 메아 막시마 꿀빠.”라며 가슴을 쳐대지만 뱀독은 심보에서 빠져나가지 않는다.

키리에, 엘레이손. 크리스테, 엘레이손. 키리에, 엘레이손.”하며 머리를 조아려도 뱀독은 뇌의 일부가 되어 갈뿐이다.

 

부모와는 일촌, 형제와는 이촌이다.

부모형제는 나와 제일 가까운 사이다.

그런 부모형제 앞에서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라고 묻는다면 실소할 일이다.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 내게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물음으로 윤색하면 뜻이 엿보인다.

모든 문제는 내게 가장 가까운 데에 있다는 것이다.

내게 가장 가까운 것은 부모도 형제도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부모형제가 죽어 나가도 나는 따라 죽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부모형제가 밥을 못 먹어도 나는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밥을 넘기기 때문이다.

부모형제가 집이 없이 헐벗어도 나는 고급 집에서 멋진 옷을 걸치고 안락한 쇼파에 앉아 TV를 보며 실실거리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남은 의심해도 나를 의심하지도 않고 내게 손해 되는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낙원의 뱀은 지금도 나와 하느님 사이에서 간단없이 간섭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내가 하느님께 기도해도 하느님께 도달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셔도 내 귀에 닿지 않는다.

하지만 뱀은 나와 하느님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훼방꾼에 머물지 않는다.

뱀의 목표는 자신을 섬기도록 인생들을 길들여 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뱀은 실루엣처럼, 가면 뒤의 얼굴처럼 그 실체를 선명하게 알 수 없다.

사랑방 문틈으로 스며들던 연기처럼 냄새는 나지만 형체가 없다.

뱀은 광야에서 예수님께 자신의 맨 얼굴을 비로소 드러낸다.

마태오는 루카와 달리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를 세 번째 유혹, 끝장 유혹으로 전한다.

무엇이든 다 줄 테니 절만 하라는 사탄의 최후 혹언(惑言)은 자신을 섬기라는 것이다.

뱀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되는 마지막 관문이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탄아, 물러가라.”(마태 4,10)라는 예수님의 호통으로 그 유혹자의 베일이 벗겨진다.

뱀은 사탄이었다.

그것도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늙은 뱀이었다.

교활하고 치밀하며, 인류가 축적한 온갖 지혜와 경험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이무기였다.

뱀은 원조를 따라 낙원에서 기어 나와 용케도 노아의 방주에서 살아남고,

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 노역장에서 살다가 출애굽을 하여 빵과 물이 없는 사막에서 40년을 인내하고,

흥청대던 가나안 복지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나라의 흥망을 구경하고, 마침내 광야와 겟세마니까지 따라가 예수님을 유혹했다.

원조에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주던 미성(美聲)으로 남은 의심해도 나 자신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 고질병을 온 세상에 퍼뜨렸다.

뱀은 돈이 많고 자리가 높고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병을 손 대지 못하는 불치병으로 만들어 놨다.

가장 무섭다는 암병이 하는 짓이란 고작 내 육신을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의심하지 않는 병은 내 영혼을 죽이고 만다.

그래서 하느님과 나 사이를 서서히 그리고 영원히 끊어놓고 만다.

 

회개의 시작과 마침은,

예수님과 가장 가까운 일·이촌이 되는 길은

나를 의심하지 않는 병을 예수님 앞에서 밝혀낼 때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