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화 (나는 그 모든 자이다.)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요한 13,25).
주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어지러워져 가는 심경을 드러내신다.
성부께 밤을 새워 기도하고 뽑은 제자가, 천국의 신비를 배운 제자가, 성체를 받아모신 제자가 당신을 배반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渦中)에도 주님의 타는 가슴에 기댄 어린애 같은 제자가 있는가 하면, 주님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반자로 지목될까 봐 자신을 걱정하는 치졸한 제자들도 있었다.
‘나는 그 모든 자이다.’
나는 기도할 때마다 주님께 은혜를 내놓으라고 징징대는 철부지다.
나는 의리 없이 주님께 집중하지 못하고 내 문제에 빠져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약삭빠른 자다.
나는 불리해지거나 신념에 맞지 않으면 주님의 사람이 아니 척하는 비겁하고 배역한 자다.
그 모든 것을 안고 사는 저는 감히 주님 품에 안길 수 없나이다.
그저 죄녀가 눈물 흘리던 주님 뒤쪽 발치에 꿇어 제 죄를 부끄러워하며 뉘우치나이다.
빌지어다!
조배 염경묵상하는 규식
(아무 때에나 사삿신공으로 할 것이나 특별히 사십일내 각 주일과 수난 본날에 함이 마땅하니라)
제대 앞에 엎디어 상등 통회를 발할지어다.
오주 예수·그리스도 참 천주시오,
참 사람이시며, 세상을 만드시고 구속하신이여,
나 이제 네 대전에 이르러,
진심으로 내 모든 죄과를 뉘웇고 애달라 하나니,
이는 다만 나 천당 복을 잃고, 지옥벌을 당함을 인하여 뉘웇 뿐 아니라,
실로 너 무궁히 아름다우시며 선하시고,
지극히 사랑하올 대부께 득죄하며,
조성하시고 구속하신 대은주(大恩主)께 득죄함을 인하여 함이로소이다.
구하나니,
너 받으신 고난을 인하여 내 이왕 죄를 사하소서.
나 네 성혈공로를 의지하여,
진심으로 정개(定改)하야 이후로는 죽을지언정 다시 감히 죄를 범치 아니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