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마르코. 7,1-13)
그때에
1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예수님께 몰려왔다가,
2 그분의 제자 몇 사람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3 본디 바리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유다인은 조상들의 전통을 지켜,
한 움큼의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4 장터에서 돌아온 뒤에 몸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 밖에도 지켜야 할 관습이 많은데,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상을 씻는 일들이다.
5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7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8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9 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10 모세는‘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아버지나 어머니를 욕하는 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11 그런데 너희는 누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제가 드릴 공양은 코르반, 곧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하고 말하면 된다고 한다.
12 그러면서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하게 한다.
13 너희는 이렇게 너희가 전하는 전통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폐기하는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짓들을 많이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2018. 02. 06 (화)
출처 매일미사
코르반은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이라는 뜻이다.
이사악은 장작을 지고, 아버지는 손에 불과 칼을 들었다(창세 22,6 이하).
아버지 아브라함은 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로 삼으려고 데리고 가고 있었다.
아들이 ‘코르반’이었다.
아들이 물으면 아버지는 답했다.
“아버지!”
“얘야, 왜 그러느냐?”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
“얘야, 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
(그렇게 둘은 처음처럼 계속해서 함께 걸어갔다.)
(그들이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곳에 다다르자, 아브라함은 그곳에 제단을 쌓고 장작을 얹어 놓았다.
그러고 나서 아들 이사악을 묶어 제단 장작 위에 올려놓았다.)
(아브라함이 손을 뻗쳐 칼을 잡고 자기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사실 나는 코르반이 무엇인도 모르면서 코르반을 자원했다.
그렇게 고향를 떠나 신학교로 간 지 아버지는 네 번째 봄을 맞던 해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두 달 전 내게 긴 편지를 보내셨다.
꼭 사제가 되어 반드시 사제로 죽으라는 말씀이었다.
라틴어로 사제를 사체르도스(sacerdos)라 한다.
‘하느님께 떼어’(sacer), ‘드리다’(dos)라는 말뿌리를 가지고 있다.
세상에서 떼어내어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죽을 때까지, 아니 ‘영원히’ 말이다.
나는 오늘도 묘지 언덕을 후려치는 찬바람에 눈물을 흘렸다.
슬퍼서가 아니라 구안와사 후유증이 그리했다.
묘지 언덕을 내려오며 신학교를 가기 위해 그렁그렁한 눈으로 부모님을 떠나던 그 날이 떠올랐다.
부모님 묘에서 뜻하지 않은 형님 신부님과 조우로 ‘코르반’이 더 단단하게 정수에 박혔다.
나는 내 운명을 “코르반!” 해놓고 “보십시오, 주인님의 것을 도로 받으십시오.”(마태 25,25)라며 본전만 내미는 뻔뻔한 종이 되어 가는구나!
그래도 천주의 도우심으로 ‘꼭 사제가 되어 반드시 사제로 죽으라!’는 아버지 유언을 살고 있다며 안도했다.
하지만 교구사제묘역에서 던지는 “누가 사제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엔 아직도 먼 것 같다.